제목 : <기고>한국오페라 세계화의 교두보, 아시아 오페라극장 | 2011년 02월 08일 16시 02분 0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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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음악춘추]

한국오페라 세계화의 교두보, 아시아 오페라극장


                               
                             -특집-한국 오페라 새로운 60년을 향하여
                                     장수동(오페라 연출가,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제언

  한국오페라가 한국문화의 주류가 아닌 변방의 문화로 전락 한 것은 부끄럽게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페라계는 한국 오페라가 출범한 지 60년 이래 또 한번의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것은 전국적으로 많은 공연장이 개관됐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 세계적인 빅뱅을 이루고 있는 한국뮤지컬 시장에 의한 공연무대 잠식과 미국 발 경제위기에서 촉발된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인한 기업 활동의 위축으로 스폰서 협력이 매우 어려워진 민간오페라 단체들의 활동 침체,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작품 개발의 부진, 새로운 트랜드를 위한 자구적 노력의 부족으로 기존의 오페라 제작 관행의 악순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정부보조금 50억 원을 포함하여 연 9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해 시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오페라단, 대구시립오페라단은 그나마 자체 예산확보를 통한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다지만 전국에 산재한 민간오페라단들은 거의 실종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위기 상황이다. 새가 좌우 날개를 움직여 하늘로 비상하듯이 관 지원형 오페라와 민간 주도형 오페라가 함께 조화를 이룰 때 한국오페라의 세계화는 물론, 한국인의 삶 속에 함께 하는 오페라 문화가 제대로 정착될 텐데, 한 쪽으로 기운 현상이 계속 되면서 한국의 오페라 무대는 '가져오는' 세계화가 '나가는' 세계화를 압도하며 외국에서 들여와 포장해서 파는 오페라 시장만이 형성될 뿐 우리 손으로 잘 만들어 외국에 내다 파는 오페라 작업은 사실 희망사항에 그쳐, 여전히 암중모색 중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진정한 한국오페라의 세계화는 무엇일까. 외국오페라를 들여와 '세계최고 어쩌고....'하는 선전속에 한국오페라가 구경꾼으로 전락해 객석에 앉아 있는 게 과연 세계화인가? 이미 다국적 구조의 대표적인 공연 장르인 오페라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내 것 네 것 가릴 필요 있느냐 반문할지 모른다. 한국적이냐 아니냐는 식의 잣대로는 오페라가 결코 경쟁력이 없다고 확신하는 필자 입장에서도 제대로 갖춘 수입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서나 관객의 요구라는 현실적 판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그것이 한국오페라의 시장 잠식이라는 엄청난 폐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은 아시아의 오페라 강국' 리라는 유럽오페라 관련자들의 사탕발림의 헌사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한국에서 자기네 오페라를 자주 불러주니까 한 마디 뱉은 것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오페라 가수진이 넓게 확보돼 있는 점과, 지방 정부 등의 출범 이후 7,8년 사이에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는 극장들이 경쟁적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었고, 동시에 오페라가 사양 문화로 전락되는 자기네 문화권과는 달리 한국의 오페라 공연에서는 젊은 관객층이 형성되고 있는 점이 놀라워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렇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오늘의 한국오페라는 침체 현상을 계속하여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공연 장르로 일반 국민과는 유리된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타개책의 하나로 한국오페라의 시장 확대를 전 오페라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국 영화가 죽을 쑤던 시절, 젊은 영화인들이 지원을 찾기 위해 혹은 관객의 시선을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해외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여 여러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경험과 마찬가지 생각이다.

오페라 연출하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제발 남의 것 흉내 내지 말고 서울이든, 대전이든, 광주든, 부산이든 한 도시의 기점으로 콤파스를 돌려서 2,000Km 안의 아시아 도시 중에 뭐가 나타나는지 봐라. 중국 쪽으로는 북경, 상해, 홍콩, 마카오, 남쪽의 싱가포르, 일본의 동경,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그리고 북쪽의 블라디보스톡 까지 보이지 않느냐, 이게 다 한국 오페라의 밥상이라고! 한국오페라가 자생력을 키우고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아시아권 도시와의 오페라 교류를 통한 시장개척에 국, 시립 오페라단과 민간오페라단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한국오페라를 말하면서 밀라노 스칼라극장이 어떻고, 뉴욕 메트가 어떻고, 비엔나 스타츠오퍼가 어떻고 비교하는 사람은 영락없이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았을 뿐 무대에 서서 객석을 바라다 본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한국오페라의 현실을 직시해야 발전할 수 있다.

 

 

아시아권 오페라의 현주소

 

(오페라 레퍼토리 다양성에 있어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있고, 중국이 우리 뒤를 쫓는 현상인데 중국 오페라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력을 바탕으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서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라는 속담처럼 아시아권 오페라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현재의 그네들의 오페라 공연 현상을 살펴보는 게 필연적이기에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권 국가들의 오페라를 먼저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 일본의 오페라

 

동경을 중심으로 관서지역의 오사카, 나고야 그리고 관동지역의 후쿠오카 등을 주 무대로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고 있으며, 그 밖에 멀리 훗카이도까지 간헐적으로 오페라 공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대표적인 오페라단인 후지와라 오페라단과 니키카이 오페라단이 축을 이루면서 동경 실내 가극장을 비롯한 지역 오페라단이 나름대로의 오페라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오페라 전문가들과 비전문가들인 오페라 애호가들이 함께 만드는 시민오페라단들의 공연이 오페라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오페라 공연은 동경의 신국립극장이 자체제작 작품으로 고전에서부터 현대오페라에 이르기 까지 폭 넓게 공연하는데 외국 스탭가수 그리고 일본 가수들의 혼합형태로 공연하는 방식이 정착되었으며, 외국인 예술감독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다가 최근에 원로 지휘자 와카수기 히로시가 예술감독에 부임하여 창작오페라, 청소년을 위한 오페라, Kids Opera등을 정착시켜 한 단계 비약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08~2009 시즌에는 바그너의 '링 시리즈'로 「라인의 황금」, 「발퀴레」를 비롯해 Okamoto Kido의 창작오페라 「修禪寺物語」, 지역 초청프로그램으로 삿포로챔버오페라단의 「Der Mond」가 공연될 예정이다.

(한국오페라는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오페라단의 「황진이」가, 플레이하우스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이 공연되었다.)

그리고 민간오페라단들은 우에노의 동경문화회관을 중심으로 공연하고 있고, 시부야의 동경 문카무라오차드극장은 주로 외국 오페라단의 초청공연장으로, NHK홀과 요코하마의 가나자와현 민홀이 서브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나고야의 아이치히예술문화센터, 고베 인근 오츠의 비와코홀 등이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시아의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후쿠오카에서 국제음악페스티벌을 통해 오페라공연을 펼쳐지고 있다. 공연은 철저하게 극장 중심으로 펼쳐지며 국립오페라단이나 시립오페라단은 아예 없다. 민간오페라단들의 선의의 경쟁과 외국 최신오페라의 일본공연이 서로 교차하며 공연되는 형태로 지방에서는 올 7월 공연예정인 아이치현예술극장의 「카르멘」공연경우처럼 일본오페라연맹, 효고현 예술문화센터, 동경 니키카이 오페라단, 아이치현 문화진흥사업단이 공동제작으로 서로 연대해 공연하는 점은 우리 오페라계와 지방문화재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오페라 정책도 일본오페라단의 외국 공연에는 특별예산을 배정해 그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우리와 판이하게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 중국의 오페라

 

2000년대 들어와 현대적 시스템을 갖춘 공연장들이 속속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오페라 공연을 시작한 중국은 경제 도시인 상해의 상하이대극원을 중심으로 오페라 공연이 발신되기 시작했으며, 세계건축전시장인 푸동지역의 다목적 문화공간인 동방 예술중심센터가 둥지를 틀면서 서로 역할을 나누어 경쟁적으로 공연을 펼쳐나가기 시작하여 서양오페라의 소개와 경극 월극 곤극 등의 전통음악극 그리고 혁명기에 완성된 민족가극 등이 함께 혼재되어 공연되고 있다. 그러다가 베이징올림픽에 앞서 2007년 12월, 북경 자금성 앞에 개관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국가대극원이 중국오페라의 중심으로 부상됨은 물론 아시아 공연계의 큰 변화를 몰고 오는 중이다. '중국예술의 대외창구이자 세계예술의 수용으로 세계일류 예술센터로의 진입'이 목표라는 예술총감독 陳佐煌의 말대로 올림픽 이후에도 중외예술교류의 최상의 플랫폼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대극원 내 3개의 극장 중 가장 큰 오페라하우스(2,416석)는 모스크바 마린스키극장의 오페라 「이고르공」으로 오픈하여 새 버전의 「투란도트」, 카이로판 「아이다」, 탄둔 오페라「Tea」 그리고 13톤의 물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장관을 연출한 오페라 「국왕」, 북한가극 「꽃파는 처녀」등이 초정 공연되었지만 아쉽게도 우리 작품은 아직 정식 초청되지 못하고 있다. 북경, 상해 외에도 절강성의 항주대극원 , 광동성의 광주대극원, 심천음악청 등이 중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오페라공연을 하고 있는 오늘이다.

(중국 내에서의 한국오페라의 공연은 지난 해의 '한중 우호의 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북경21세기 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과 그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수년 전에 공연된 한국오페라단의 「황진이」, 배세토오페라단의 「춘향전」등으로 의외로 상당히 적으며, 그 밖에 오페라는 아니지만 상해국제음악제 초청의 「프레모칸탄데」공연, 인민대회당 한중 교류음악회, 조수미 북경공연, 백건우 피아노협연, 정명훈 지휘의 아시아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 정도로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한국오페라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내에서 자생적인 오페라를 제작하는 대표적인 상해가극원 내 상하이오페라단의 2008~2009시즌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창작오페라 「雷雨」를 제외하고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등 이탈리아 정통오페라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한국무대에서 수년 전에 여러차례 공연된 바 있는 「푸치니 3부작」, 「마농 레스코」등이 이제야 중국초연 타이틀로 공연되는 것을 보면 오페라 레퍼토리 수용에 있어서는 한국오페라가 한 발짝 앞서 있고, 현지에서도 많은 베르디, 푸치니 오페라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오페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연대하여 공연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헐적으로 소개된 한국 창작 오페라의 고유성은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오페라 교류로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 로시니 등의 오페라를 함께 하자는 그들의 제안은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오페라극장은 곧 중국의 정치, 경제의 중심의 랜드마크이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한국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절대 필요하다. 대중음악과 방송을 통한 한류 열풍이 일시에 식은 것은 중국 문화정책에도 기인하지만 한국의 고급 문화브랜드를 중국의 오피니언리더들에게 선보이지 못한 탓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오페라가 그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대만 오페라 외

 

일국 양 체제 형태의 도시국가적인 홍콩이나 마카오에서도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체 오페라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시아권 최고의 아트페스티벌로 성장한 홍콩아트페스티벌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 유수의 오페라 공연이 소개 되기도 하며, 본토의 전통음악극 그리고 홍콩오페라단을 중심으로 자체 제작한 오페라들을 공연하고 있는데, 주로 대중적인 「카르멘」, 「아이다」, 「삼손과 데릴라」등을 공연하고 있다. 테너 가수이자 예술감독인 Warren Mok이 프로듀서로 동시에 마카오국제 음악페스티벌의 예술감독도 겸해 상하이, 북경오페라극장과의 인적 파이프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착공 예정인 홍콩예술센터가 수년 뒤 완성되면 홍콩의 금융파워와 맞물려 세계 허브 공연장이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2002년 열대과일 두리안의 형상을 닮은 공연장을 개관해 화제를 받았던 에스플러네이드 예술센터는 다국적 음악가들로 구성된 싱가포르국립오케스트라의 활동이 두드러질 뿐 싱가포르 리릭오페라단 중심의 자체 오페라공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간헐적인 외국오페라의 초청공연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대만은 타이페이시 문화센터와 타이중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교차 공연 형식으로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며 최근에는 음악대학을 중심으로 오페라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 밖에 태국의 방콕에서는 왕실 주최형식의 오페라가 간헐적으로 공연 되고 있으며, 필리핀의 마닐라에서도 드물게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며 프랑스 식민시절의 잔재의 하나로 오페라 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의 하노이에서도 오페라가 비정기적으로 공연되고 있는데 본인 연출의 「황진이」의 하노이국립극장 공연은 현지인들은 물론 하노이 주재 세계 각국의 대사관들의 열띤 호응을 받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한국오페라가 자생력으로 역량을 키우고 진정한 세계화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아시아권 오페라 시장의 개척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인 경제적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인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아시아에 오페라 르네상스가 펼쳐지고 있다고 외국 오페라 전문가들은 단언 하였었다. 그것은 아시아 각국의 주요 도시가 세계 문화허브를 자처하고 앞 다투어 오페라극장을 건립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수준이 나아진 아시아인들의 문화적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도 그 건립의 하나이기도 하였지만. 아무튼 지방정부가 앞 다퉈 공연장을 지은 한국 상황은 제외하더라도 1997년 도쿄신국립극장 개관, 1998년 상해대극원 개관, 2002년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개관, 2005년 상해 동방 예술센터 개관 그리고 2007년 세계 최대 규모의 북경 중국국가대극원이 개관 되는 걸 보면서 필자 또한 한껏 기대에 찼던 것이 사실이다. 서양오페라의 재현에 머물고 있는 한국오페라의 세계화를 위해서나 변방에 머물고 있는 아시아오페라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이런 각종 오페라극장의 개관이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오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한국오페라는 여전히 지역성에 매몰되어 있었고, 서양오페라의 수입에만 열을 올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오페라를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보고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없었다. 외국과의 오페라 교류는 희망하면서도 그 구체적 대안과 준비는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개인적이거나 단발성의 교류로는 그 한계가 있음을 그간의 몇 차례 오페라 교류를 통해 배우고서도 늘 개인적인 사고의 틀에 머물고 만 것도 속 좁은 한국 오페라의 한계였다.

 

󰋫한국오페라의 아시아권 시장 개척의 가능성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하고 실제화 시킬 것인가. 오페라가 한 나라의 문화 역량을 하나의 무대에 응집시킨 고도의 공연예술이라는 확신을 갖고 출발하여야 한다. 오페라에 대한 자부심, 품격을 갖추고 그들을 대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도 역시 그러한 자세로 오페라에 임하기 때문이다.

첫째, 아시아권 오페라극장 매니저들과 접촉해 보면 한국오페라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국오페라를 폭넓게 설명하는 영문소개서 하나 없는 부끄러운 현실이 그들과의 만남을 치명적으로 어렵게 한다. 그들 대부분이 영미권이나 유럽에서 공연매니지먼트를 전공한 사람들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에서 못하면 한국오페라단협회나 한국오페라단협의회 등의 민간협의회에서 매우 어렵기는 해도 절박해서라도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적은 국립오페라단 마저도 자기 단체를 소개하는 시스템 개발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체 한국오페라를 아우르는 작업에서는 한참을 비껴나 있기에 그렇다. 한국오페라의 진정성을 잘 이해시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시급히 해야 할 작업은 한국오페라에 대한 객관적 개관을 다룬 영문판 해설서나 중화권 국가들을 위한 중문판 해설서를 갖추는 기분 작업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개별적이며 개인적인 접촉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본이 극장중심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중국권에서도 성(省)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일상화 되어 있어서 민간차원의 오페라 교류도 그 점은 감안하여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동안 개인적 접근의 득실 중에서 실이 더 많았음을 받아들이고 네트워크를 통한 접근이 지속 발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든 예산을 다 짊어지고 가서 하는 오페라 공연의 관행을 계속하려면 그렇게 해도 할 수 없지만.

셋째, 우선 아시아권 나라들의 오페라극장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의 개발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중국 측 오페라극장에서는 상호 자국의 창작 공연물의 교류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오페라를 각국의 예술가들이 공동작업을 통해 공연 하여 직접 자국의 관객과 만나는 실질적인 교류를 원하고 있다. 지휘, 연출 등의 스탭 역할을 분담하고 각국의 오페라 가수들이 주, 조역을 분담해 맡는 방법 등이 한 예가 될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도 오페라 본고장 사람을 잘 포장시켜 출연시키면 흥행이 되고, 자국 가수들이 아무리 잘 불러도 티켓 판매가 잘 안 되는 나쁜 관행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자국 오페라인들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공동작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참고로, 중국 유수의 오페라극장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진출을 노리는 다국적 기업의 스폰서를 앞세워 올려지는 공연물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 옛날 일이 되었다.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운영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이 된 북경이나 상해가 아시아 클래식음악 시장의 중심이 될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

넷째, 개별 민간오페라단으로서는 그 한계가 있음으로 민간레벨에서는 컨서시엄을 형성하든가, 아니면 협회 차원에서의 한 목소리로 한국오페라의 응집된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물론 국, 시립 차원의 오페라 교류도 함께 전개하되 중복적이지 않도록 상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문화재단들의 아시아권 오페라극장과의 교류는 글로벌시대에 매우 소중한 선택이 될 것이다.

 

끝맺는 말

 

무엇보다도 한국무대에 검증된 훌륭한 오페라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야만 교류차원을 넘어 한국오페라가 제 값을 받고 수출되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이 점이 전제되지 않고서야 오페라 시장 개척은 다 공염불이다.

오페라인들이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지 말고 한국오페라 전반에 대한 관심과 각고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오페라의 미래는 '나가는' 세계화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 소중한 힘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풍부한 오페라 가수들과 잠재적으로 마래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성악인들을 보유하고 있는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한국오페라의 역량을 하나로 모이게 하고 잘 가꾸려는 공동체 정신이 살아날 때 한국오페라는 어려운 경제적 파고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시아권 주요도시의 '랜드마크'로 등장한 오페라 극장들이 한국오페라를 부르고 있지 않는가! 세계속의 한국오페라의 꿈이 저기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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